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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을 보면, 아래 이미지가 나온다.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채널

매우 거창하고 멋있다.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참.. 능력이 뛰어난듯 하다.

 

"Unlock the Software Age", 우리말로 멋드러지게 번역하면 "소프트웨어 시대를 잠금해제하라" 정도가 되려나?

 

우리는 "컴퓨터"나 "시스템"이란 말을 참 많이 듣지만, 어느 누구도 이것을 100%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특정 분야에 아무리 오래 종사한 엔지니어일지라도, 다른 분야의 엔지니어링에는 문외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엔드 엔지니어를 오래 했어도 프론트엔드 쪽은 잘 모를 수 있고, 풀스택이라 할지라도 클라우드 쪽은 잘 모를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쪽을 오래 했어도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툴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점에서 봐도, 기계적으로 코드를 짜긴 하지만, 내부 원리를 잘 모른 채 패키지/라이브러리를 갖다 써서 결과물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JAVA를 잘 다루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건 그냥 그렇게 코드를 치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쉽다.

 

C++/파이썬도 마찬가지고.

 

리눅스도 완벽히 이해한 채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위 이야기한 것들을 설령 100% 알고 있다 해도, 예컨데, AI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며, AI의 딥러닝을 완벽히 이해했다 가정해도 이미지 딥러닝과 자연어처리는 또 다르다.

 

역전파를 이해했어도 트랜스포머를 이해하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개발 업무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반도체(semiconductor)" 도메인도 마찬가지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는 구분되어 있고, 예를 들어, 차량 반도체에서도, 엔지니어냐 R&D냐 설계 쪽이냐 기획에 더 초점을 맞춘 포지션이냐, PM이냐 등, 동일 분야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누구나 크로스도메인(cross-domain) 관점에서는 지식의 한계가 있다.

 

하물며, 훨씬 더 거시적인, 큰 틀의 크로스 '엔지니어링' 도메인이라면 오죽하랴.

 

필자는 빅데이터 도메인에 적지 않은 시간을 종사한 엔지니어 출신이며 몇 년 전부터 AI 쪽으로 스킬셋을 확장하고 있지만, 최근 게임 엔진 쪽에 흥미가 생겨 C#과 C++를 확장적으로 공부하며 유니티(Unity)와 UE(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개발을 해오고 있다.

 

물론 UE4도 가끔 사용한다.

 

게임엔진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다보니, 오히려 게임 개발 보다는 캐릭터 모델링, 리깅과 애니메이션 시퀀스 설계 및 구현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언리얼 게임엔진을 통해 계속 뽑아내면서 흥미롭지만 한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키보드/마우스라는 인터페이스의 한계로, 어떤 한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비효율적 지식/손가락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다시 반도체 이야기로 돌아와, 최근 차량 반도체 쪽을 공부할 일이 생겼는데, 오래전 이지성 작가님이 쓰신 책에서 반도체 이야기를 나름 심도깊게 다룬 것이 생각났다.

 

"미래의 부" - 작가 이지성

 

반도체 공부를 하다보니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파운드리"와 "팹리스"의 개념이었는데, 먼저 파운드리란 공장을 가진 반도체 생산 전문 업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외부에서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전문적으로 직접 회로 등을 생산하고 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게 파운드리다.

 

반면, 공장은 없는데 위에서 언급한 파운드리에 위탁해 생산을 맡기는, 일명 아웃소싱 제조 방식을 팹리스 방식이라고 한다.

 

팹리스 방식을 취하는 반도체 설계 회사들을 팹리스 회사들이라고 하고.

 

사실 팹리스의 핵심은, '생산을 위탁한다'가 아니라, '설계를 전문적으로 한다'가 더 맞을지 모르겠다.

 

물론 둘다 중요하겠다만.

 

설계 도면 (픽사베이에서 구한 이미지인데, 반도체 쪽은 아니다)

 

팹리스 반도체 회사들은 반도체 칩 구현에 사용되는 H/W 소자의 설계/판매를 전문화한 회사이다.

 

한편, 팹리스 회사들은 반도체 파운드리 뿐 아니라, "팹"이라고 불리는 전문화된 반도체 제조사에게 아웃소싱 제조를 맡기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하나 있다.

 

팹리스 회사들이 일단 설계를 했는데, 이게 파운드리가 갖춘 공장 설비에 디자인적으로 맞지 않아 생산이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오래 거래한 회사끼리라면 이런 문제가 덜 하겠지만, 그럼에도 설계 자체에 변화가 생겼을 때 파운드리 설비의 경직성 및 한계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팹리스 회사들이 신규 설계한 것들을 아무렇게나 뽑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장을 차리고 설비를 바꾸는게 어디 한 두 푼 드는, 하루 이틀 걸리는 일인가?

 

설계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바뀔 수 있지만, 공장 설비는 꼭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특성 상 마음대로 쉽게 바꿀 수 없으며 리소스 및 기술 자체의 한계도 중요한 이슈이다.

 

이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 하우스"이다.

 

디자인 하우스는, 디자인 단에서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즉, 팹리스 설계를 파운드리 공장 설비에 맞는 형태로 전문 디자인을 해주는 역할을 디자인 하우스가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팹리스 회사들은 설계 단에서 이미 그것이 파운드리/팹 아웃소싱으로 생산 가능한 것들인지 고려를 하지만,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가교 역할을 전문적으로 하는 디자인하우스라는 것이 있다 정도는 기억해두자.


3줄 요약

 

1. 현차그룹에서 S/W 시대 잠금해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자동차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2. 하지만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이, 비단 반도체가 아니라 하더라도, 한 사람이 갖출 수 있는 전문성이라는게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며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B2B 협업 관계를 이룬다.

 

3. 반도체만 놓고 봤을 때에도, 팹리스,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또한 협업 관계인데, 반도체 설계/생산에 있어 이들 각각의 역할은 설계, 제조, 가교(가교 설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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